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등 6개 단체가 해당 국립교대 및 교육부에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민주당 강민정 원내대표와 함께 2021년 4월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에이블뉴스DB

3년 전 진주교육대학교 수시모집 당시 시각장애학생의 점수를 장애를 이유로 부당하게 낮춰 탈락시킨 사건이 올해 4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일은 2017년, 2019년에도 각각 2건씩 있었다는 게 교육부의 진주교대 감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국립대학인 진주교대에서 벌어진 사태는 국가에서 장애인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한 악의적 차별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범죄행위로, 대한민국 사회의 장애인 차별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학 문을 닫는 것까지 고려해야 할 심각한 사안인 것이다.

그래서 장애계에선 교육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진주교대 총장 사퇴, 모든 교대 및 사범대의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관련 성적조사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시행, 장애인교원 의무고용 이행 등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주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을 비롯한 장애계 단체들 간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진주교대에서 벌어진 악의적 차별행위에 대한 장관 차원의 사과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교대와 사대 등에 대한 전수조사 약속도 하지 않았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장애계가 24일 비공개로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장애인교육권 제고 간담회’를 진행한 후의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신, 장애인의 교육권 제고를 위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단계서, 보다 적극적 정책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교육부-장애인단체 실무 협의체’의 운영을 통해 장애계와 활발히 협력‧소통하겠단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 당시 장애계가 내놓은 대안엔 장애인 대학입시제도 개선,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을 위한 장애인 교원 양성 및 지원 대책 마련 등이 포함돼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진주교대 사태는 장애학생을 구조적으로 차별한 국가적 차원의 악의적 차별이자 범죄행위라, 교육당국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의 진정 어린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과 대신 소통을 택했다는 건 교육부 장관이 진주교대 사태를 장애인 차별 겸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지 않고 ‘소통’이란 이름으로 범죄에 관해 물타기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교육부 수장의 이러한 행위를 어떤 신호로 받아들일까? ‘교대 전형에서 응시한 장애인의 점수를 부당 조작해서 탈락시키는 것쯤은 범죄가 아닌 관행으로 받아들여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신성한 권리인 장애인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장애계에서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을 위한 장애인 교원 양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는데,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하나, 장애인은 가르칠 능력 없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팽배한 교육현장 상황에, 교육부 수장의 이번 사태에 대한 안일한 인식, 교육부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줄여달라고 빌던 전적이 있는 만큼 장애인을 차별‧혐오하는 부서란 점을 고려하면 장애교원 양성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시된다.

설령 장애대학생을 교원으로 양성한다 해도 장애인 차별이 만연한 교육현장에서 교원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교직을 그만둘 장애인들이 많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기에 교육부 수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음은 이런 배경에서 상당한 우려를 자아낸다.

현재 유은혜 장관 측은 코로나 19등의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게 많기에 당분간 거취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정치권에서 이재명 지사 후임으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거란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거론되는 형국이다. 그런 배경이라 진주교대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간 자신의 앞으로의 정치적 입지가 불리해질까봐 ‘협상‧소통’이란 걸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장애인 교육권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맞바꾼 것이나 다를 바 없고 이런 건 더욱 용납되어선 안 되는 거다. 장애인 교육권은 거래 대상이 아닌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이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8월 23일 오후 2시 진주교육대학교 정문 앞에서 개최된 ‘차별대학 진주교대 총장 사퇴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진해장애인평생학교 최진기 교장이 발언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특성이 아닌 고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혐오 정서가 근본 핵심이라고 본다. 이걸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려면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어울려서 공부하는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가? 물리적인 통합교육이긴 하나, 학교 안에 통합학급, 특수학급, 그리고 특수학교가 있고, 통합학급 내에서도 장애학생 관련 교수수정 등의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제공하지 않는 학급이 많고, 일반교사와 특수교사 공동수업에 대한 제도적 장치 부재 등 실질적 통합교육이 되고 있지 못한 분위기다. 이러니 부모들은 장애학생을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 보내려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려서부터 함께 어울려 공부할 수 있겠는가? 또한,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알아가며 장애란 특성을 다양성으로 보며 장애, 성적 지향, 성별 등에 상관없이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형성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는 장애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그런 경우, 적극적 장애인 고등교육, 평생교육을 한다 한들, 실패할 여지는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러기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의 정치적 입지와 상관없이 장애인을 악의적으로 차별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함이 먼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 교육권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고 장애인의 교육권 보호‧보장 차원에서, 어려서부터의 실질적 통합교육을 대한민국 실정에 맞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부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전문가, 교육 종사자들 등과 논의해, 거기서 나온 의견들을 통합교육 체계 수립 시 반영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진주교대 사태는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며, 장애인의 절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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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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