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 사건 가해자 엄중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피해자 지원을 실시한 장애인 학대사건 중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선별해 판례집으로 발간했다.

판례집에는 총 67건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고, 장애인학대 사건별 개요, 피해자·행위자의 특성, 이용된 범죄 수법, 처벌실태 등 장애인학대의 내용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착취, 유기, 방임으로 구분하고 있다. 판례집에 수록된 사건 중 유기나 방임으로 인정된 사건은 극히 적었고, 경제적 착취에 해당하는 사건 중 노동력 착취는 별도로 분류할 정도로 많았다.

에이블뉴스는 판례집 중 ‘가정 등에서 발생한 학대사건’을 중심으로, ▲신체적․정서적 학대 ▲성적학대 ▲경제적착취 ▲노동력 착취 등 4편으로 나눠 정리했다. 네 번째는 노동력 착취 판례다.

노동력 착취는 경제적 착취에 포함되는 학대행위로, 장애를 이용해 임금을 주지 않거나 극히 적은 금액을 주고 장애인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행위, 장애인에게 일을 하게 하고 임금을 가로채는 행위 등을 말한다.

■24년간 지적장애인 머슴처럼…1억원 임금 NO

1993년 마을 이장으로부터 선착장에서 배회 중인 지적장애인을 소개받은 A씨. 오갈 곳이 없고 사고 및 판단능력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 거주하게 하면서 농사일을 시키는 등 노동력을 착취했다.

A씨는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인해 정상적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논농사, 밭농사를 시키고 약 23년간 1억여 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2015년 여름에는 피해자를 ‘원산폭격’ 자세로 바닥에 머리를 박게하고, 밧줄로 팔과 몸을 묶어 움직이기 못하게 해 물웅덩이에 빠뜨렸으며,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도 저질렀다.

A씨는 2017년 노동력 착취 유인, 준사기, 폭행,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최종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갈 곳 없는 피해자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는 제공한 점, 뒤늦게 5000만원을 지급한 점 등을 참작한 양형 결과다. 또 항소심에서 A씨는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피해자에게 1억200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합의를 했다는 점도 참작됐다.

이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오갈 곳이 없고 사고 및 판단능력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집에 데려와 허름한 행랑채에서 지내게 하고, 무려 24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사실상 피해자를 머슴처럼 부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엄한 처벌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의 아쉬움을 표했다.

■40년간 노동 기구였는데…법원은 ‘집행유예’

농업종사자인 피고인은 1976년 장인의 소개로 지적장애인 피해를 알게됐다.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음을 이용한 피고인은 40년간 농업 근로자로 일을 시키고, 1989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28년간 급여 1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의 간척지 피해 보상금 9000여만원과 2007년 6월경부터 2016년 5월경까지 약 9년간 피해자에게 지급된 기초노령연금, 장애수당 등 총 5000여만원을 임의로 소비해 횡령하기도 했다.

이에 법원은 2018년 피고인을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최종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호적을 취득시켜준 점, 피해회복을 위한 1억1000만워을 공탁한 점을 참작한 것.

이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1심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족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부족한 노동의 기구로 이용한 것으로 봤지만 항소심에서는 호적을 취득해주고 최소한 보살핀 점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면서 “청년이 노인이 되는 4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고통받았을 피해자를 생각할 때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지적장애인 염전노예로, 허위 혼인신고까지

2010년 6월경 피고인은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염전일을 도와주면 급여를 주겠다고 하며, 염전에서 일하게 하던 중 2015년 6월부터 2017년 9월경까지 채무로 인해 급여를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해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계속 일을 시켰다.

퇴직한 피해자의 임금 3500만원 및 퇴직금 700만원도 합의없이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임금 미지급 문제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피해자와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기도 했다.

법원은 2018년 피고인을 준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피해자에게 노동을 하게 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수사기관의 조사를 피하고자 지적장애인 피해자와 허위로 혼인신고를 한 점을 인정하며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음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지적장애인 SNS로 유인 노동력착취, 도망가자 폭행

피고인은 2017년 12월경 동거녀로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된 지적장애인 노숙자로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피해자를 소개받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해 “나무를 들고 옮기는 일을 소개시켜 주겠다”면서 휴대전화로 모바일 승차권을 보내 포항으로 내려오게 한 뒤, 모텔 등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재선충작업을 하는 장소 등에서 나무를 들고 옮기는 일을 하도록 해 노동력을 착취했다.

피고인은 2018년 1월 피해자의 4일치 임금 30여만원을 자신이 개설해 이용하는 피해자 명의 계죄로 송금받아 총 1000만원 상당을 빼앗았다.

또 2018년 2월 중순 일이 힘들어 도망친 피해자를 페이스북을 이용해 회유해 돌아오게 한 다음, “왜 허락 없이 도망갔느냐”면서 뺨을 4차례 때렸다. 이후에도 일이 힘들어 도망간 피해자를 찾아내 수차례에 걸쳐 야구방망이 등으로 마구 폭행하기도 했다.

법원은 2020년 피고인에게 노동력착취 유인,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적장애가 있어 사리판단능력이 부족한 피해자를 유인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했으며, 일이 힘들어 도망간 피해자를 폭행하기까지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 “폭행의 경위, 횟수, 방법 등 범행의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이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노동력착취유인죄의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년 6월~3년 6월이며,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년 6월 이상임에도 1심 법원은 뚜렷한 이유없이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면서 “장애인복지법 위반의 경우 양형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판결의 한계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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