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공원 산책로 중앙에 있는 점자 블록. ⓒ조현대

시각장애인이 사랑하는 남산공원 산책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이면 누구나 한두번쯤 남산공원 산책로에 가 봤을 것이다. 이곳은 시각장애인연합회 행사, 시각장애인 마라톤, 동문회 행사가 열리는 장소기도 하다.

남산공원 산책로는 1991년부터 8년간 “남산제 모습 가꾸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대적으로 복원, 정비된 결과 시각장애인이 걷기 좋은 산책로로 만들어졌다.

남산공원 산책로는 자동차가 진입 금지다. 또 점자안내판, 음성안내 시스템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산책로 중앙에는 점자블록(안전유도블록)이 있어 평소 활동지원사 등 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시각장애인들도 흰지팡이 한 자루로 홀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 양 쪽 물이 흐르는 모습. ⓒ조현대

서울시 둘레길 코스에 속하는 남산공원 산책로 중 시각장애인이 걷기 편한 길은 왕복 총 7km 정도다. 필자는 주말마다 이 산책로를 걷곤 한다. 걷다 보면 향긋한 나무 향기가 나고,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길 양쪽에는 깨끗한 1급수의 물이 졸졸 흐른다. 천천히 걸으면 왕복 2시간, 걸음이 빠른 사람은 왕복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릴 것이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지팡이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고 지인의 목소리를 듣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지난달에 필자가 남산공원 산책로를 방문해 약 2시간 반 걷는 동안 흰지팡이가 땅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건 10번이 넘었다.

1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을 지나친 것이다. 어쩌다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후배나 친구를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벤치에 잠시 앉아 그간의 안부를 묻고, 서로 친분을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활력소가 생긴다.

남산 공원 산책로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조현대

남산공원 산책로에 불편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비장애인이 많아 간혹 애완견이 발에 차일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애완견을 다치게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또, 최근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가 많아지다 보니 산책로에도 갑자기 여럿이서 달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산책로에 가기까지의 길이 험난한 것도 문제다. 4호선 명동역 2번 출구에서 퍼시픽호텔 골목을 지나 20분 정도 걸어가면 남산공원 주차장이 나온다. 퍼시픽호텔을 지나 남산공원 산책로까지 이르는 골목엔 차가 많은 데다 보행로가 비좁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상황도 많다.

실제로 지난달 활동지원사와 함께 이 골목을 지날 땐 곳곳에 늘어선 상점을 수리하기 위한 작은 공사도 많고, 차도 많이 지나다녀 길을 걷다 몇 번씩 멈춰야 했다. 점자블록이 잘 갖춰지지 않은 점 역시 아쉬웠다. 남산공원 산책로는 시각장애인에게 더없이 좋은 운동 장소지만 그곳에 가기까지의 길이 위험한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가 명동역 인근에 하루 네 차례 정도 차량을 준비해 남산공원 산책로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면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울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콜’과 바우처 택시가 있지만 쉽게 잡히지 않아 애를 태울 때가 많다. 특히 바우처 택시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정확한 위치까지 와줄 때가 거의 없어 불편하다.

남산공원 산책로를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를 정해 셔틀 차량이 오전, 오후 별로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총 네 차례 정도 제공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시각장애인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남산공원 산책로에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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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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