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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정희승 '의자'

공원의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의자가 하나 서 있다. 

젊은 날에는 튼튼한 신체를 가진 자존심이 강한 의자였으나,

이제는 닳아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데다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 왠지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한다.

몸이 무거운 사람이 앉으면

철제 다리의 이음매가 헐거워진 탓에 일쑤 삐걱거린다.

그래도 평생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내어주는데 

이골이 난 터라,

사람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품어주는 데는 미립이 섰다.

그곳에 앉으면 등이 배기는 법이 없다.


- 정희승, 수필 '의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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